어느 날부터였을까요. 아버지께서 신문을 볼 때 자주 눈을 찡그리시더군요. 평소엔 워낙 시력이 좋으셔서 돋보기 하나 없이 책을 읽던 분이었는데, 그날따라 흐릿하다고 하시며 눈을 자주 비비시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노안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병원에 다녀온 후 들은 진단은 ‘초기 백내장’이었습니다. 그때 알게 됐습니다. 백내장은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방치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병이라는 걸요. 이 글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백내장이 무엇인지, 왜 생기며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를 담담하게 정리한 기록입니다.
노화와 백내장의 관계
백내장은 눈 안의 '수정체'라는 렌즈 조직이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병입니다. 수정체는 투명해야 빛이 망막까지 잘 도달하는데, 혼탁이 생기면 초점이 흐려져 사물이 뿌옇게 보입니다. 백내장이 주로 발생하는 원인은 '노화'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의 단백질 구조가 점차 변화하고, 산화 스트레스가 축적되며 렌즈가 점점 흐려지는 것이죠.
실제로 백내장은 50대 이후부터 발병률이 눈에 띄게 증가합니다. 60대 이상에서는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에서는 90% 가까운 비율로 백내장을 겪는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자외선 노출, 당뇨병, 고혈압, 흡연,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외상 등도 백내장을 일으키는 요인입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건, 아버지께서 자주 낚시를 다니셨다는 점이었습니다. 햇빛 아래에서 하루 종일 눈을 크게 뜨고 계셨던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자외선 차단 없이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다 보면 수정체에 손상이 쌓여 백내장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간과하십니다. 즉, 백내장은 나이만이 아니라 ‘눈이 받은 누적된 피로’로부터 오는 결과입니다.
백내장 진행과 혼탁 증상
초기 백내장은 생각보다 조용히 찾아옵니다. 눈이 살짝 피곤한 느낌, 밝은 곳에서 유독 눈이 부시게 느껴지는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저는 아버지가 조명을 틀어놓고도 “어두운 것 같다”라고 말씀하신 게 이상해서 병원을 권유했는데, 알고 보니 렌즈가 뿌예져서 밝은 빛이 망막에 제대로 닿지 않았던 거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야가 점점 뿌옇고 흐릿하게 변합니다. 안경을 바꿔도 소용없고, 색깔이 바래 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기도 하죠. 특히 야간운전 시, 불빛 주변에 무지개빛 광환이 보이거나 사물 윤곽이 또렷하지 않게 느껴지면 상당히 진행된 백내장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백내장은 대부분 양쪽 눈에 나타나지만, 한쪽 눈에 먼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쪽 눈으로 보완되며 질환이 더디게 인식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버지도 한쪽 눈이 더 불편했는데, 이상하게도 한쪽으로만 신문을 기울여 보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무서운 점은, 이런 변화가 꽤 느리게 오기 때문에 본인은 잘 모른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백내장을 방치하다 결국 실명 가까이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백내장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렌즈를 넣는 간단한 시술로, 대부분 시력이 상당 부분 회복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죠.
실생활에서 가능한 예방 및 관리법
백내장을 완전히 막는 방법은 없지만, 분명히 '늦추는 법'은 있습니다. 첫째, 자외선 차단입니다. 많은 분들이 피부만 자외선을 신경 쓰시는데, 눈도 자외선에 매우 취약합니다. 야외 활동 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습관만으로도 백내장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둘째, 항산화 식품 섭취입니다. 시금치, 브로콜리, 달걀노른자, 블루베리 같은 식품은 루테인, 제아잔틴 등 눈에 좋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합니다. 저희 집은 아버지 진단 이후 주 2회는 시금칫국이나 나물 반찬을 꼭 올립니다. 또, 견과류와 생선도 눈 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므로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는 금연입니다. 흡연은 눈의 혈류를 방해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백내장뿐 아니라 황반변성 등 다른 안질환의 위험도 높입니다. 아버지도 이 진단 이후 30년간 이어오던 흡연을 단칼에 끊으셨고, 그 결단을 매우 잘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넷째는 생활습관 개선입니다. 장시간 근거리 작업을 할 때는 20분마다 창밖을 보며 눈을 쉬게 해주세요. 적절한 조명 아래에서 독서하고, 인공눈물로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PC를 장시간 사용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눈을 보호해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확실한 관리법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입니다. 백내장은 자가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이상 징후가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최선입니다. 저는 이제 부모님과 함께 매년 생일 즈음엔 정기 검진을 받습니다. 건강을 되돌아보는 의미에서 나름 좋은 루틴이 됐습니다.
백내장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노화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만 있으면, 삶의 질을 잃지 않고도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눈이 흐려지는 느낌이 든다면, 오늘이라도 가까운 안과에 가보시기 바랍니다.